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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드디어~

by culture_natas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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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기다림의 결실, 한국 여자축구 역사 다시 쓰다

2025년 7월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눈물과 환희로 가득했습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즉 동아시안컵에서 숙원의 우승을 이루며, 20년 만에 정상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감격의 순간은 단순한 승리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시대를 관통하며 성장해 온 한국 여자축구 장면의 결정체이며, 동시에 미래를 향한 도약의 시점이었습니다.

승리의 배경: 전략으로 빚어낸 기적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대회 막판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확률 싸움을 벌여야 했습니다. 일본과 중국과 같은 아시아 최강국들과 모두 0-0 무승부를 거두며, 마지막 도미노는 대만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승리로는 부족했습니다. 다득점 우위로 일본-중국을 제치기 위해선 최소 2득점이 필요했죠. 기적처럼, 지소연과 장슬기의 연속 득점이 터지면서 한국은 2-0 완승으로 미션을 완수했습니다. 결국 동점으로 선두권에 오른 세 나라 중, 다득점 우위를 앞세운 한국이 정상에 섰습니다.

숫자 뒤에 있는 이야기: 조화와 간절함

이번 대회는 숫자로 평가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흘러넘쳤습니다. 신상우 감독은 “간절함이 이긴 경기였다”며, 대회 전부터 선수들의 눈빛과 땀방울에서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의 간절함과, 처음 대표 선발된 어린 선수들의 열정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전환기의 팀이 안정화 궤도에 오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소연(33세)은 여전히 팀의 중심이었고, 장슬기(31세)는 풀백에서 전방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대회 MVP로 선정됐습니다.

신상우 감독의 철학과 리더십

‘신상우호(號)’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지 전술적인 접근 때문만은 아닙니다. 신 감독의 리더십은 수평적인 소통과 선수 중심의 시스템에 바탕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축구는 랭킹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공은 둥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선수들에게 끝까지 희망을 놓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한 미디어와의 소통에서도 선수단 전원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며 벤치에 대기 중인 선수와 서포트 스태프까지 일일이 챙기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여자축구의 현실과 과제

이번 승리로 한국 여자축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지만, 내부의 제도적 문제점은 여전히 산재해 있습니다. 2024년 현재, 한국여자축구연맹(KWFF)에 등록된 팀은 단 9개에 불과하며, 초중등 학교팀이나 유소년 기반 인프라도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2024 FIFA 기술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 수준은 일본, 중국, 남미 등 주요 축구국가 대비 현저히 낮다고 분석됩니다. 전국 단위의 여자 초등리그 운영은 일본에선 이미 1990년대 시작되었지만, 한국은 아직도 일부 시도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눈물, 현재의 환희

한국은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래, 20년간 한 번도 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여자축구 제국’ 사이에서 언제나 아쉬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죠. 특히 2015년 캐나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저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리그의 부족한 지원 속에 세계적 수준의 발전을 지속시키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 긴 기다림은 이번 대회에서 지소연의 리더십, 장슬기의 득점력, 신상우 감독의 리빙 전술로 응축되며, 마침내 환희로 승화됐습니다.

미래를 향한 도약: 아시안컵과 월드컵

신상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동아시안컵은 내년 아시안컵 준비의 일환”이라며, 다음 목표를 분명히 했습니다. 2026 AFC 여자 아시안컵은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에 앞서 치르고 싶던 단기전 형식의 대회가 바로 이번 동아시안컵이었습니다. 특히 일본, 중국이라는 최상위 경쟁자들과의 실전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다지고, 실제 공격 조합 및 전방 압박 시스템에 대한 실행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값진 기회였습니다. 또한 FIFA 여자 월드컵(2027)의 선수 선발 등 장기 빅픽쳐에 있어 이번 대회는 큰 전환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세계적 흐름 속의 한국: 여자축구 판도 변화

세계 여자축구도 최근 수년 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FIFA에 따르면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은 시청자 수 20억을 돌파하며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유럽의 경우, 여자 UEFA 챔피언스리그(UWCL)는 리그화가 가속되며 TV 중계 계약과 마케팅 규모가 남자 프로리그 못지않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고,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페메니는 2025년 기준 평균 관중 30,000명을 넘겼습니다. 반면, 한국 여자 WK리그는 여전히 무료 입장과 낮은 관중 수, 낮은 연봉 등 구조적 제약이 많습니다. 이번 우승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구조 개편 논의를 본격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이들의 이름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은 단체 경기라 특히 값졌습니다. 공을 지배한 미드필더 이민아, 위협적인 크로스를 쏴댄 유영아, 그리고 수비진의 핵심 김혜리까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하나된 플레이가 이루어진 현장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대회를 통해 신예 선수들인 차유진이나 박서연 등도 큰 무대에서 뛰며 차세대 주자가 될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결론: 이제, 시작입니다

2025년 동아시안컵 우승은 하나의 상징적 트로피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지난 20년의 고된 여정에 대한 응답이자, 다음 20년을 준비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세계 속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위치를 재정의한 이 우승은 단지 몇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구조와 철학, 문화 변화가 함께 어우러진 결과로 봐야 합니다. 부디 여자축구에 대한 열정이 한 계절의 열기로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마주한 이 승리의 순간이 단순한 역사로 남지 않고, 시대를 지탱하는 '기초'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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